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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왕의 리더십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부   기사입력  2019/11/14 [15:55]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지금부터 2천 수백 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초(楚)나라에 장왕이라는 명군(名君)이 있어 후진국이었던 초나라를 일약 최강의 나라로 발전시켰다. 장왕은 지도자로서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장왕은 왕위에 오른 지 처음 3년 동안은 정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낮밤을 놀음으로 지냈다. 더구나 나라 안에 포고령(布告令)을 내려서 ‘간(諫)하는 자는 누구든 사형에 처한다.’라고 해 놓고서 철저히 놀았다. 그러나 관료들 중에는 장왕의 이 같은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신하들도 있었다. 그중의 한 사람인 오거(伍擧)라는 충신이 왕에게 배알을 청했다. 그리고는 장왕 앞에 나가 “수수께끼를 한 가지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왕이 “말해보아라.” 하니 “언덕 위에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무슨 새(鳥)이겠습니까?” 하자 장왕 역시 멋진 대답을 내놓았다. “3년을 날지 않더라도 일단 날았다 하면 하늘 꼭대기까지 날 것이다. 3년을 울지 않더라도 일단 한 번 울면 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대가 말하려는 뜻은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도다. 물러가거라.”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 장왕의 도락(道樂)은 그치질 않았고 더 심해졌다. 이번엔 소종(蘇從)이라는 신하가 면담을 청했다. 소종은 오기와 달리 맞대놓고 직언을 했다. 물론 목숨을 내놓고 하는 사간(死諫)이었다. “주군의 어리석음을 깨우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이 각오를 들은 장왕은 이후 놀음을 그만두고 정치의 쇄신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함께 놀던 부하 수백 명을 다 추방한 후 신인을 등용하고 용기 있게 충간을 한 오거와 소종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여기에서 “3년 동안 울지 않고 날지 않는다.”(三年不飛又不鳴)라는 속담이 생겼는데 장왕은 멋이나 호기심으로 유흥에 빠져있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그 동안에 충분히 신하들을 관찰하여 쓸만한 자와 버릴 자를 분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단 정무에 착수하자 일거에 인사를 쇄신하고 국정의 기반을 다졌던 것이다. 실로 멋진 국정운영이었다. 장왕은 수완가이며 예리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보통 예리한 인물은 그 예리함 때문에 부하들을 두려워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자원해서 심복하게 하기는 어렵다. 장왕은 이 점에서도 예외적이다. 예리한 인물이면서 통이 큰 포용의 지도자였다. 그런 인품을 엿보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밤 왕은 많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주연을 베풀면서 “오늘밤은 신분의 상하를 구별하지 말고 술좌석을 즐기도록 하라. 사양치 말고 마음껏 놀아라.” 해서 군신들이 함께 신명나게 마셨다. 그런데 그때 센 바람이 불어와 방안의 촛불들이 모두 꺼졌다. 때는 이때다 하고 왕의 애첩을 껴안고 장난을 친 신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애첩은 다부진 여인이라 그 신하의 갓끈을 끊어들고 장왕에게 호소했다. “여기 갓끈이 없는 자가 나를 희롱한 범인입니다. 빨리 불을 켜고 그 자를 엄벌해 주십시오.” 그러자 장왕은 “아니다.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내가 술을 마시자고 해서 생긴 일이니까 일개 여자의 정조를 중히 여겨 신하에게 망신을 줄 수는 없다.”고 애첩을 제지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밤은 무례를 용서할 테니 모두 갓끈을 떼어내고 술들을 마셔라!” 불이 켜진 다음에 보니 갓끈을 달고 있는 신하는 하나도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장왕은 진(晋)이라는 강대국과 전쟁을 치렀다. 그때 전투에서 용감무쌍하게 싸우는 장군이 있었다. 그의 활약으로 진나라 군대를 격파했다.

 

전쟁이 끝난 다음 장왕은 그 장수를 불렀다. “그대 같은 용장이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내가 부덕(不德)한 소치다. 그러한 나를 원망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느냐?”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저는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술에 취해 무례를 범했을 때 임금님의 관용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그때부터 은혜 갚을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갓끈을 잘린 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절영지연(絶纓之宴)의 사건이며 은혜를 내리면 반드시 보답한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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